부산백병원 장기이식센터, 아기천사에게 날개를 달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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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38 작성일 2004-10-26
작성자 대외협력실 조회수 6066

△사진설명 : 장기이식센터 집도의 윤영철 교수
 

   지난달 23일 인제대 부산백병원은 “국내 최연소 장기 기증자(생후 9개월)의 신장을 40대 주부에게 이식했다.” 고 밝혔다. 생후 9개월 된 뇌사자의 장기 이식은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도 되지 않은 일이었고, 평균 성인 신장의 평균 무게(280~300g)의 절반도 되지 않는 90g 영아의 신장을 성인에게 이식했다는 것은 부산백병원의 놀라운 도전이었다. 새로운 신장을 이식받은 40대 주부는 2주 만에 퇴원하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고, 9개월 영아는 새 생명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갔다.

   이 사건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들은 “천사가 된 9개월 아기”(국민일보), “한 생명 살리려 태어난 천사인가”(조선일보) 등의 제목으로 사회면을 장식했다. 감동을 만들어가는 부산백병원 장기이식센터를 찾아보았다.

   이번 이식 수술의 의미에 대해 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김 영훈 교수는 "이전에 국내 뇌사자 장기 기증자의 최연소 나이는 3살이었고, 또 그 장기가 이식된 환자 역시 5살로서 서로 나이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9개월 된 강군은 뇌사자 신장 기증자 중 국내 최연소자였고, 40대의 성인에게 신장을 이식 했다는 것이 이번 수술의 의미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금년 1월 경남 남해군에서 태어난 강군은 지난달 16일 소파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로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에서 두개골 절개술까지 받았으나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강군의 아버지(28)와 어머니(24)는 아들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식음을 전폐했으나 3일간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20일 부산의 유일한 뇌사판정 대상자 관리전문기관인 부산백병원으로 이송된 강군은 복잡한 뇌사판정 과정을 거쳐 뇌사자로 판정을 받고,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져 만성신부전증을 앓아 온 정 씨에게 콩팥 2개를 선물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뇌사자가 생기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복춘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뇌사기증자가 발생하면 저희 팀은 비상 상태입니다. 뇌사자의 장기가 환자들에게 좋은 상태로 이식이 되려면 뇌사판정, 장기적출, 이식수술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줄이는가가 중요하죠. 완전히 시간과의 싸움입니다."라고 정신이 없었던 1주일을 설명했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윤영철 교수(흉부외과)는 "수술을 시도하는 것이 나에게도 환자에게도 커다란 모험이었죠. 보통 성인의 신장 2개의 무게는 300g~400g 이지만, 강군의 신장은 둘을 합쳐도 약 90g 밖에 되지 않았어요. 복춘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로부터 이식대상자후보 명단을 받고 이식 받을 환자에게 신장 기증자인 아기의 정보를 제공했을 때, 대부분 환자분들은 아기 신장을 기증받아 이식받을 지의 여부에 대해 상당히 고민했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이 수술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죠. 결론은 죽은 자보다는 앞으로 살아 갈 사람을 생각하고 이 수술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신장 이식 받은 환자는 수술 받은 지 2주 만에 퇴원했고, 현재 신장 기능 수치가 건강한 사람과 똑같습니다. 정말 다행이죠."라며 이번 수술의 어려웠던 과정들을 얘기해 주었다.

   윤 교수는 또 "언론에서 제 이름만 자꾸 보도되어 부담스러워요. 사실 이런 수술은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요. 뇌사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뇌사판정 대상자 전문기관인 부산백병원으로 이송하는 이송 팀, 뇌사자의 상태를 최상의 상태로 돌보아야하는 중환자실 의사와 간호사, 이식에 필요한 검사를 위해 밤을 지새우며 응급으로 진행해야하는 진단방사선과, 진단검사의학과, 뇌파실, 뇌도플러실, 심장초음파실, 병리과, 뇌사판정 및 뇌사관리 과정을 공정히 이루어지게 하는 뇌사판정의, 뇌사판정위원회 이식 수술과 관련된 마취통증의학과, 수술실, 모든 행정적 지원을 하는 원무부, 총무부, 그리고 모든 진행과정을 관리하고 장기 기증자와 이식 받을 환자들과 상담하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죠. 오케스트라와 비교하면 될 것 같아요. 모든 부서에서 자신의 소리를 성실하게 내어 멋진 하모니를 내는 오케스트라 말이죠. 만일 여기서 한 부분이라도 삐걱거린다면 연주는 엉망이 되겠죠. 저희도 아마 한 부분이 막힌다면 수술은 실패로 끝이 날게 분명하죠. 뇌사자가 발생하고 이식수술을 하려면 팀워크가 가장 중요해요."라며 모든 과정을 함께한 동료들에게 감사를 돌렸다.

   이번 뇌사자의 나이가 너무 어려서 수술이 힘들지 않았는지에 관해서, 윤 교수는 "저도 집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이번에는 아기 환자의 얼굴을 가능한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수술을 제대로 못하잖아요."라며 먼저 하늘나라로 간 강군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 또 "장기이식 수술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분야죠. 이 수술이 성공적 마무리 된 것을 보고 자연이 허락한 것으로 믿었지요. 살아갈 사람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며 윤 교수 자신이 생각하는 장기이식 수술에 대해 말해 주었다.

   2003년 한국에서 뇌사자 장기이식은 총 68건이 발생되었으며, 그 중 부산백병원에서 10건의 뇌사관리를 하여 서울의 아산병원 다음으로 전국 2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수도권을 포함한 지방의료기관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과이며, 부산 백병원 장기이식 팀의 최선을 다하는 노력과 환자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 그리고 굳건한 팀워크가 뒷받침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9개월 만에 하늘로 올라간 강군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한 사람의 희생과 함께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부산백병원 장기이식 팀의 앞선 의료기술과 완벽한 팀워크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글 · 사진 / 대외교류처
김창곤 (언론정치학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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